요즘은 OTT로 영화를 보는 게 일상이 됐죠. 덕분에 언제든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기억에 오래 남는 작품은 손에 꼽힙니다. 그중에서도 가끔은 “이건 한 번 더 봐야겠다” 싶은 영화가 있습니다. 저는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 ‘인터스텔라’를 다시 보고 싶은 작품으로 꼽고 싶어요. 사실 처음 봤을 때도 감동이 컸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보니 전혀 다른 감정으로 다가오더군요.
처음 봤을 때는 이해하려고 봤던 영화
인터스텔라를 처음 봤을 땐 솔직히 머리가 아팠습니다. 블랙홀, 상대성 이론, 중력장 등 생소한 과학 용어가 쏟아지니까요. 화면은 멋진데, 무슨 말인지 완벽히 따라가진 못했습니다. 그땐 단순히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라고만 생각했죠. 그런데 두 번째로 봤을 때는 전혀 다른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 복잡한 설정 뒤에 숨겨진 건 결국 ‘가족 이야기’였거든요. 처음에는 눈에 잘 안 들어왔던 아버지와 딸의 감정선이 이번엔 영화의 중심으로 다가왔습니다. 대사 한 줄, 장면 하나하나가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다시 보면 보이는 디테일들
인터스텔라 같은 영화는 한 번 봐서는 다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세세한 복선과 상징이 많아서 다시 볼 때마다 새로워요. 예를 들어, 초반에 나오는 먼지 낀 교실 장면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지구의 종말’을 암시하는 장치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또, 우주선 내부의 정적과 등장인물들의 대화 사이에 깔린 음악은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 것이더군요. 처음엔 그냥 배경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나니 영화 전체가 훨씬 촘촘하게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볼 때마다 감정의 중심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예전엔 쿠퍼(매튜 맥커너히)의 희생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남겨진 머피의 시점에서 보게 되더라고요. 나이가 조금 들고 나니, 아버지보다 딸의 입장이 더 가슴에 와 닿았달까요.
다시 보게 되는 이유
좋은 영화는 끝나고 나서도 머릿속에 장면이 오래 남습니다. 저는 인터스텔라를 보고 나면 꼭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게 됩니다. 단순히 스토리 때문이 아니라, ‘시간’과 ‘사랑’을 이렇게 엮어낸 영화가 흔치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다시 볼 때마다 마음속에 다른 여운이 남습니다. 처음엔 우주에 대한 경이로움이었고, 두 번째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었습니다. 아마 세 번째로 본다면 또 다른 감정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다시 보고 싶은 영화는 다를 겁니다. 어떤 분은 추억이 깃든 로맨스 영화를 떠올릴 수도 있고, 어떤 분은 예전엔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철학적인 영화를 다시 찾을 수도 있겠죠. 저는 이제 영화를 볼 때 ‘한 번 보고 끝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언젠가 다시 볼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봅니다. 시간이 지나면 같은 장면도 전혀 다르게 느껴지니까요.
만약 요즘 마음이 복잡하거나, 잠시 멈춰서 생각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예전에 봤던 영화 한 편을 다시 틀어보세요. 그때는 몰랐던 감정과 의미가 새롭게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저처럼요.